[인터뷰]"시각장애인도 현대무용 즐길 수 있다…음성해설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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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각장애인도 현대무용 즐길 수 있다…음성해설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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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의 의자, 15명의 무용수. 동그랗게 모여 있는 그들. 함께 팔 다리가 공중으로 뻗는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순서대로 의자 뒤로 상체를 휘날린다.(중략) 무대 중앙으로 무방비하게 흩어진 15벌의 옷과 신발. 그들 각각의 신체부위는 기지개를 켜듯 자유롭다."

이경구 안무가는 지난 21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현대무용 '마이너스 16'(Minus16)을 해설하면서 "한명씩 순서대로 의자 뒤로 상체를 뻗어 휘날리고 일어선다. 마지막 한 사람은 반대로 쓰러진다. 작품 제목의 숫자는 16 무용수는 15명. 마지막 한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라고 말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박인자)가 주최한 '무용음성해설 국제 심포지엄'의 부대행사로 열린 이번 시연에서 이경구 안무가는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의 대표작 '마이너스 16'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무용음성해설은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이 공연 관람의 접근성을 넓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의 하나다. 시각 장애인이 무용작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의상 등을 해설자가 설명하는 방식이다.

무용은 몸동작이 우선하기 때문에 대사가 있는 연극이나 영화보다 해설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발레는 이야기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수월한 편이지만 현대무용은 이마저도 도입이 쉽지 않았다.


이경구 안무가는 2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발레의 경우 전문용어나 이야기 흐름이 있기 때문에 해설을 할 수 있는 기본값이 정해져 있지만 현대무용은 안무가부터 각자가 느끼는 대로 감정을 느껴달라고 하기 때문에 설명할 수 있는 기본값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안무가는 "마이너스 16의 무용수들이 연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볼 때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설명하기 위해 '도레미파솔라시도'라고 은유적으로 재해석했다"며 "해설할 때 촉각과 시각 가운데 어느 부분을 강조할지도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용 음성해설은 객관적인 사실 해설을 넘어 춤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미학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무용과 신체에 대한 지식, 안무 과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2021년 5월에 공연 예정인 어린이를 위한 현대 무용 '루돌프'에서 무용음성해설과 터치 투어(Touch Tour) 등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경구 안무가는 "터치 투어는 장애인이 공연 전에 무대 미니어처나 소품을 직접 만져보거나 무용동작을 배워본 뒤에 관람하는 방식"이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영국 노던 발레단, 미국 피츠버그 발레단 등이 터치 투어등의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제 공연에서 무용음성해설을 적용하기 위해 사실적 해설과 재해석 사이에서 중간값을 잘 찾아내보겠다"며 "무용음성해설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고민하고 발전해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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