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즐길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들이 배구장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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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즐길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들이 배구장 찾은 이유는

관리자 0 5794

“우리도 즐길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들이 배구장 찾은 이유는


[더스파이크=장충체육관/이광준 기자] “시각장애인들도 배구를 즐길 수 있습니다.”


6일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현대건설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에는 관중 4,156명이 입장했다. 올 시즌 두 번째 GS칼텍스 홈경기 매진이었다.

많은 관중들 사이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배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좌석에 앉아 두 눈이 아닌 두 귀로 경기를 즐긴 시각장애인 15명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올 시즌 다양한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그 일환으로 평소 배구를 접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을 현장에 초대했다. 이들을 위해 경기장 한쪽에는 특수 음향장비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스포츠 전문 캐스터를 초빙해 경기내용을 생생하게 소리로 전달했다.

이날 자리한 15인 중 한 사람인 이현학(34) 좋은이웃컴퍼니 대표와 경기 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현학 대표는 “KOVO 측에서 먼저 우리 쪽으로 연락을 줘 이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섬세하게 준비해주신 덕분에 배구를 즐길 수 있었다”라는 감사 인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은이웃컴퍼니는 사회적 기업이다. 장애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곳저곳에 가 교육하는 일을 한다. 이 대표는 “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주로 공공기간에 강사를 파견해 교육한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Connectube, 커넥튜브)도 만들어 그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에게 묻는 것이 자칫 실례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배구를 즐기는지 궁금했다. 조심스런 질문에 이 대표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시각장애인들도 스포츠를 좋아한다. 보이지 않아도 소리를 통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경기장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들, 선수들이 내는 모든 소리가 우리에겐 재미 요소다.”

이 대표는 여러 시각장애인들이 특히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야구는 매 상황이 독립적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 입장에선 배구보다 이해가 쉬운 종목이란 의미였다. 이 대표는 “야구장에 가면 정말 다양한 소리가 있다. 방망이로 공을 때리는 소리, 주위에서 응원하는 소리 등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배구는 상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했다.

그 어려움을 덜어준 것이 동시중계였다. 이들을 위해 일반 중계와 다른 특별한 중계가 마련됐다. KBSN스포츠 소준일 아나운서가 그 역할을 맡았다. 소 아나운서는 시각장애인 15인만을 위해 특별한 중계를 진행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소 아나운서의 중계를 통해 이날 경기를 즐겼다.

이현학 대표는 “소준일 아나운서께서 먼저 우리에게 와 ‘어떤 것을 위주로 말해주면 좋은가’라고 물었다. 선수에 대한 설명보다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에 집중해달라고 부탁했다. 부탁드린 대로 해주신 덕분에 훨씬 편하게 배구를 즐겼다”라고 이야기했다.



흔히 사람들은 스포츠를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편견이 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스포츠는 충분히 ‘즐길 거리’였다.

이 대표는 “장애가 개인에게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그러나 이는 편견이다. 장애는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마련된 중계 덕분에 시각장애인들도 배구를 즐길 수 있었다. 이처럼 모두가 사회 속에서 함께 신경 쓰고 노력한다면 여러 문제들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배구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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