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청년, 中 수능에서 상위 1% 성적 거둬 화제
3살에 망막색소변성증 진단…11살에 시력 잃어
재수 끝에 고득점 쾌거…'특수학교 선생님' 꿈
앞이 보이지 않지만 꿈을 향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나아가는 한 청년이 있다. 중국 안후이성에서 최근 가오카오(高考·중국 수능시험)를 치른 앙쯔위(昂子喻) 군이다.
지난 26일 중국의 매체 훙싱신문(红星新闻)은 두 번째 가오카오를 치른 앙 군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은 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 어려움에도 올해 가오카오에서 635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기록했다. 안후이성 전체 수험생의 수는 52만3800명. 앙 군의 성적은 이들 중 7817등으로 상위 1.5%에 해당한다.
시작장애인이라고 대입시험에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시험 난이도도 동일할 뿐더러 대학 전형을 지원할 때 별도의 가산점도 없다. 다만 장애의 정도에 따라 시력 보조기구를 사용하거나 점자시험지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점자시험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시험 시간이 50% 연장된다. 이를테면 수학 과목의 시험시간은 2시간인데, 시각장애인 학생에게는 3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앙 군이 가진 질병은 바로 원발성 망막색소변성증.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기능이 점점 떨어져 끝내는 시각을 상실하는 병이다. 현재까지 발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대략 4000명 중 1명에게 발병하는 희귀병인 이 병의 치료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2001년생인 앙 군은 3살 때 이 병을 진단받았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사람마다 진행 속도가 다른데 앙 군의 경우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앙 군은 기억력과 이해력이 뛰어났고 학습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달랐다. 옆에서 읽어주는 문제를 듣고 답안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시험을 본 그는 항상 반에서 3등 안에 들었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11살이 될 때쯤 거의 시력을 잃었지만, 중학교를 전교 13등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의무교육 이후, 고등학교부터였다. 대학 진학을 꿈꿨지만 고등학교 진학 시험인 중카오(中考)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와 같이 곁에서 누군가 문제를 읽어주고 답안 작성을 돕는 방식으로 시험을 보는 것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다.
2019년 기준,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구 수는 약 1730만 명. 그러나 가오카오에 응시한 시각장애인은 2019년에는 10명, 올해는 5명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 수에 비해 시각장애인이 중등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의 수가 매우 적은 탓이다. 시각장애인이 처음으로 대입시험을 본 것도 2014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다행히 앙 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교육 당국은 그가 산둥성 칭다오의 한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학업을 지속하고, 가오카오도 볼 수 있도록 허가했다. 중국에서는 자신의 후커우(户口·호적)가 있는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다녀야만 해당 지역에서 가오카오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산둥성 소재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수학한 그가 안후이성에서 가오카오를 본 것은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도 있었다. 앙 군이 점자를 체계적으로 학습하기 전까지 그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해 준 것은 온전히 그의 부모의 몫이었다. 특히 아버지의 보살핌이 컸다. 첫 가오카오에서 대학에 합격했지만 점수가 낮다고 생각해 재수를 선택했는데, 그의 고향에서는 그를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다. 시각장애인인 앙 군의 학습을 전담할 인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앙 군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아버지는 그를 하루 종일 자신의 곁에 뒀다. 교사인 자신이 일하는 학교의 사무실에서 자습을 하게 한 것이다. 방과 후에는 오후 6시 반부터 12시까지, 주말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의 공부를 돕는 데 쏟았다. 앙 군은 스스로 "아버지와 나는 대학입시를 위해 다른 사람의 3배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한다.
재수 결과, 지난해 시험보다 84점이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지난해 점수는 안후이성 1지망 대학 최저합격선보다 55점이 높았는데 이번에는 120점이 높다. 중국 내 최상위권 대학에 속하는 우한대학, 베이징사범대학, 상하이재경대학 등에 진학 가능한 성적이다. "베이징사범대학에 입학해 특수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앙 군. 중국 누리꾼들은 "그의 노력의 경의를 표한다. 꾸는 꿈조차 존경스럽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출처 : UPI뉴스(http://www.upi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