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여행] 시각 장애인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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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17:28
엄마는 시각 장애인으로 살다 기세(棄世)했다. 십 미터만 떨어져도 나를 겨우 체취로 알아볼 정도였으니 엄마의 평생은 너무나 힘들었다. 온 가족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일이 두 가지.
내게는 몇 살 차이 안 나는 형이 있었단다. 그 형이 아주 어릴 때 집 옆 봇도랑에 빨래를 하러 간 엄마는, 형이 물에 떠내려가는 걸 모르고 있었다. 상황을 알아차린 건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였다. 형이 숨을 거둔 뒤였다. 엄마는 거의 실성한 사람이 될 수밖에.
다시 세월이 흘러 내가 태어났다. 엄마가 서른여섯 살 때였다. 2남 3녀의 형제 중 내가 막내였는데, 다시 엄마가 마흔 살을 조금 넘겨서 내 동생 복*이를 낳았다. 딸애였다. 걔가 겨우 돌을 넘겼을 무렵 걸음마를 배우고 있었다. 아직도 그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우리는 복*이를 잃은 것이다. 그날은 어찌된 셈인지 엄마만 마당에서 도리깨로 타작을 하고 있었다. 복*이를 잘 돌보란 엄마 말씀에 난 복*이와 소꿉놀이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뒤란 가죽나무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매미를 잡아 주겠다며 복*이를 기다리게 해 놓고 거기로 달려갔다. 매미도 놓쳐버리고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왔는데, 아! 복*이가 없어진 거다. 엄마도 복*이가 제 걸음으로 사립문 밖으로 나간 걸 모르고 있었던 거다.
더 이상 이야기하려니 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아무튼 공동 우물 밑에 있는 조그마한 연못에서 복*이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지금 거짓말이라도 하는 게 엄마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엄마, 내가 매미 잡을라꼬 간 기 아닙니더!
난 오래전 기증 약속한 내 사후의 장기(사체 포함) 중 안구(眼球)만은 이식이 가능했으면 하는(戰友에게) 바람이다. 여생을 가늠하면서 특히 눈 건강관리를 하는 나름대로의 까닭이다.
이원우 소설가·수필가
내게는 몇 살 차이 안 나는 형이 있었단다. 그 형이 아주 어릴 때 집 옆 봇도랑에 빨래를 하러 간 엄마는, 형이 물에 떠내려가는 걸 모르고 있었다. 상황을 알아차린 건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였다. 형이 숨을 거둔 뒤였다. 엄마는 거의 실성한 사람이 될 수밖에.
다시 세월이 흘러 내가 태어났다. 엄마가 서른여섯 살 때였다. 2남 3녀의 형제 중 내가 막내였는데, 다시 엄마가 마흔 살을 조금 넘겨서 내 동생 복*이를 낳았다. 딸애였다. 걔가 겨우 돌을 넘겼을 무렵 걸음마를 배우고 있었다. 아직도 그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우리는 복*이를 잃은 것이다. 그날은 어찌된 셈인지 엄마만 마당에서 도리깨로 타작을 하고 있었다. 복*이를 잘 돌보란 엄마 말씀에 난 복*이와 소꿉놀이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뒤란 가죽나무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매미를 잡아 주겠다며 복*이를 기다리게 해 놓고 거기로 달려갔다. 매미도 놓쳐버리고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왔는데, 아! 복*이가 없어진 거다. 엄마도 복*이가 제 걸음으로 사립문 밖으로 나간 걸 모르고 있었던 거다.
더 이상 이야기하려니 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아무튼 공동 우물 밑에 있는 조그마한 연못에서 복*이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지금 거짓말이라도 하는 게 엄마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엄마, 내가 매미 잡을라꼬 간 기 아닙니더!
난 오래전 기증 약속한 내 사후의 장기(사체 포함) 중 안구(眼球)만은 이식이 가능했으면 하는(戰友에게) 바람이다. 여생을 가늠하면서 특히 눈 건강관리를 하는 나름대로의 까닭이다.
이원우 소설가·수필가